17일 열린 '해양수도 부산의 길 : 기회와 과제를 논하다' 포럼의 발제자와 참가자들이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손태민]

17일 오후 부산진구 서면로에 위치한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사)인본사회연구소의 ‘2025 부산인문학포럼’이 열렸다.

‘해양수도 부산의 길: 기회와 과제를 논하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부산이 한국의 해양정책 중심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방향과 인문적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조송현 인저리타임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의 발제자로는 김태만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 박수현 극지해양미래포럼 사무국장, 허윤수 부산연구원 부원장, 김현 한국해사컨설팅 물류사업본부장, 구자상 기후변화대안센터 공동대표, 이상원 부경대학교 HK+사업단 연구교수가 참여했다.

포럼의 개막은 “부산이 단순한 산업·항만 도시를 넘어, 인문적 상상력과 세계적 해양 비전을 품은 해양수도로 도약해야 한다”는 선언으로 시작됐다.

이날 발표된 여섯 건의 발제는 해양정책, 국제 협력, 도시 미래구상, 생태철학 등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바다의 도시 부산’이 나아가야 할 항로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수현 극지해양미래포럼 사무국장은 ‘북극항로 개척,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포석’이라는 주제에서 “북극항로가 단순히 남방항로에 비해 거리가 짧아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다소 낭만적이고 1차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것은 단순한 항로를 넘어 산업과 연관된 중요한 산업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이상원 부경대 HK+사업단 연구교수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구의 재편을 넘어 한국의 바다 인식과 국가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을 떠나 바다의 현장으로 내려오는 이 결정은 단순한 행정 재배치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해양문명 비전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김현 한국해사컨설팅 본부장은 ‘무엇으로 해양수도를 만들어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부산의 해양수도 전략은 행정·산업·금융이 집적된 ‘해양수도권’ 구상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해수부와 HMM, 해사전문법원, 투자공사 결합이 가능해질 때 행정 효율과 국제 경쟁력을 함께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양도시로의 발전은 경쟁 도시들의 정책적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연구원의 허윤수 부원장은 ‘세계 해양도시의 사례와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싱가포르·두바이·로테르담 등의 개방성과 인센티브 정책, 인력육성과 제도개선의 중요성을 소개하며 “부산 또한 국제 자유도시에 준하는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만 아시아 해양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자상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상임대표는 “거대 항구도시 부산의 모든 전략은 '생태학적 합리성' 기준 전제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북극항로 개척이 단기 이익 중심으로 흘러서는 안 되며, 생태계 보전과 기후 책임을 병행하는 부산형 ‘녹색항만모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발제에서 김태만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바다를 바라보는 철학적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지구(Earth)’가 아니라 ‘수구(水球)’로 세상을 인식해야 한다”며 “부산은 산업 중심의 도시를 넘어 해양 문명국가의 철학적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또한 “해양수산부의 완전 이전과 함께 부산시 내부의 해양정책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정책 기획과 예산, 국제협력을 총괄하는 진정한 해양정책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가 모두 끝난 뒤 종합토론에서는 ‘행정 이전과 도시 비전의 조화’, ‘부산의 국제 경쟁력과 생태윤리의 균형’, ‘해양 문명으로의 인문학적 접근’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의제가 논의됐다.

토론자들은 “해양수도 부산의 길은 행정 이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시민적 공감대와 지역산업, 인문정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비전이 완성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바다와 도시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부산의 백년대계를 인문학의 시선으로 모색한다’는 취지 아래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정책적 논의가 인문적 성찰과 맞닿을 때, 해양 수도 부산의 비전은 단순한 행정 목표를 넘어 문화와 철학의 지평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포럼은 부산의 해양 정체성을 되새기며, 산업과 생태, 인문의 조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해양도시 부산의 항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평가된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