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by copilot [이 칼럼을 보여주고 내용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 주랬더니, 처음엔 거한이 지구를 지탱하는 그림을 그려주었다. 숲속 시냇물, 연약한 여성이 생명을 돌보는 이미지를 부탁하자,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 줬다. 다시 배경과 명암 등 디테일을 주문한 끝에 이 이미지를 완성했다. ]

# 1.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편안함’ 그것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물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추억의 물이며, 어딘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입니다. - 신영복/『나무야 나무야』(돌베개, 2025)/p.82 -

# 2. Sed omnia praeclara tam difficilia quam rara sunt.(라틴어 원문)

But all things excellent are as difficult as they are rare.(영어 번역)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쉽지 않아서) 드물고 그 드문 정도만큼 어렵다.(한국어 번역) - 바뤼흐 스피노자/『에티카』-

# 3. 知我者希 則我者貴(지아자희 즉아자귀)

나를 아는 자가 드물다. 하여 나는 귀하다. - 노자/70장 -

생존 가치를 소홀히 하면서도 존재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곧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왜 절멸하지 않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론적으로 따져 보자.

진화론은 단순히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명제가 아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형질이 퍼져나가는 과정이다. 이 이론에는 ‘포괄도’(inclusive fitness)와 ‘적합포괄도’(kin selection)라는 개념이 있다.

포괄도는 나의 유전자가 퍼져나가는 정도를 직접적 자기 번식뿐 아니라 친족과 집단을 돕는 간접적인 방식까지 포함해 측정하는 개념이다. 곧, 나 자신뿐 아니라 친족의 생존과 번식 성공도 내 유전자의 확산에 기여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적합포괄도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친족이나 집단이 얻는 이익이 크다면, 그 행동이 진화적으로 유지된다는 개념이다. 친족 선택 이론으로, 친족의 생존과 번식 성공을 돕는 행동이 결국 내 유전자의 전달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북미의 프레리도그(prairie dog)는 포식자가 접근하면 큰 소리로 경고음을 내어 자신은 위험에 노출되지만, 무리 전체가 도망갈 기회를 얻게 해준다. 이는 포괄적합도의 대표적 사례로, 개인의 생존가치보다 집단의 존재가치를 지키는 행동이다.

따라서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단순히 자기 생존가치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니라, 집단 전체의 생존과 진화를 돕는 존재다. 그들의 희생과 실천은 집단의 다양성과 적응력을 높이며, 결국 인류의 장기적 생존에 기여한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 동기를 크게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와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로 구분한다. 외적 동기는 보상이나 처벌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행동이 유발되는 반면, 내적 동기는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 의미 추구, 자아실현 등 내면적 욕구에 의해 행동이 촉진된다.

이와 관련해 이타성(altruism)은 단순한 이익 계산을 넘어, 타인을 돕고자 하는 내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이는 사회적 유대와 신뢰를 강화하여 집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의미 추구(mean-seeking)는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깊은 목적과 가치를 발견하려는 내적 동기로, 이는 개인의 행복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외적 보상에 의존하지 않고, 내적 동기인 이타성이나 의미 추구를 통해 행동하며, 이는 심리학적으로 집단의 정신적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다.

철학은 존재 가치의 실천을 ‘고귀한 것’으로 규정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인간 존재를 단순한 ‘존재’가 아닌 ‘세계 내 존재’(Dasein)로 보았다. 이는 인간이 자신이 속한 세계와 분리될 수 없으며,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의미를 찾는다는 뜻이다.

Dasein은 ‘거기 있음’이라는 뜻으로, 인간 존재가 시간적이고 상황적이며, 자신의 죽음과 한계를 인식하는 유한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존재가치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실천하는 것임을 철학적으로 뒷받침한다.

AI 시대와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대처에는 생존가치보다는 존재가치 추구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AI와 자동화 시대에 생존가치(경제적 효율성)는 점점 더 기계가 담당하게 된다. 인간에게 남은 고유한 영역은 존재가치, 곧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환경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인류의 장기적 생존 가능케 할 것이다.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이다. 존재가치를 실천하는 사람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그 우직함으로 세상을 흐르게 한다. 고귀한 것은 드물고 어렵다. 그렇지만 존재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바로 그 드물고 어려운 고귀함을 구현한다. 존재가치를 실천하는 사람은 이해 받지 못할지라도 그 자체로 귀한 것이다.

생존가치만을 좇는다면 세상은 정체된다. 그러나 존재가치를 실천하는 소수의 사람들, 곧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흐르고, 변화하며, 진화한다. 그들의 우직한 어리석음은 진화론적으로 집단을 살리고, 심리학적으로 공동체를 지탱하며, 철학적으로 고귀한 가치를 구현한다. 사회학적으로는 신뢰와 협력을, 역사적으로는 문명의 도약을, 미래적으로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이들은 단순히 생존의 주변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의 진화와 문화적 진보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 존재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