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탄장 愁嘆場*
전 영 대
조치원읍과 청주시의 경계 하천
조천변 양쪽 둑길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벚꽃이 피었습니다
꽃 한 번 피는데
일 년이 백 년같이 길었습니다
새잎이 나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었을까요
도로 양옆으로
문둥이와 문둥이 자식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한 달에 한 번
눈으로만 만나던 수탄장
손 한번 잡아줄 수 없는 어미가
목놓아 부르는 소리처럼
난분분 떨어지는 꽃잎, 바람에 실려 보내도
작은 도랑 하나 건너지 못했습니다
물 위에 떨어져 흘러가다가,
흘러가다가 가장자리 모래톱에
수북하게 꽃잎이 쌓였습니다
* 1960년대 소록도는 한센병을 앓는 부모와 아이를 분리 수용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도로 양옆에 부모들과 자식들이 줄지어 서서 한 시간 정도 얼굴을 볼 수 있게 했답니다
- 시천지 제10집, 시천지의 한 세대 시천지의 세 마디, 지혜
시 해설
시인은 60년대 소록도 상황을 벚꽃길로 유명한 조치원 조천변에서 포착하여 이 시를 썼다. 당시 소록도에서는 한센병을 앓는 부모와 아이를 분리 수용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도로 양옆에 부모들과 자식들이 줄지어 서서 한 시간 정도 얼굴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조천변 양쪽 둑길을 따라’ 벚꽃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피었는데 한쪽에는 부모 다른 한쪽에는 아이가 다가가지도 못하고
서로가 바라보는 광경으로 연상해 보라. 시인은 ‘꽃 한 번 피는데 일 년이 백 년같이 길었’다고 하며 모자가 한 달을 어떻게 애태우며 기다렸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짓무른 눈이 더 짓무르도록 날을 기다렸으니 눈目 같은 꽃이 새잎보다 먼저 나온 것처럼 보인다.
‘도로 양옆으로 문둥이와 문둥이 자식들이’ 벚나무처럼 옆으로 줄을 서서 ‘한 달에 한 번 눈으로만 만나던’ 곳에서 ‘손 한번 잡아줄 수 없는 어미’를 보고 아이는 허공을 휘저으며 손을 흔들고, 목놓아 서로를 부르는 소리는 꽃잎들을 더 흩날리게 했으리라. ‘난분분 떨어지는 꽃잎’에다 그리움도 사랑도 담아 바람에게 하소연해도 눈물이 너무 젖어 ‘작은 도랑 하나 건너지 못했’고 도로는 좁아도 갈 수 없으니 만 리같이 보였을 것이다.
서서 울어 목이 쉬고 못 견디는 이는 주저앉다가 땅바닦에 뒹굴었을 것인데 오, 신이시여 너무 가혹합니다 소리쳐도 꽃잎은 ‘물 위에 떨어져’ 더 젖어서 흘러가다가 흘러가다가 가장자리 모래톱에 수북하게‘ 쌓이고 가슴이 새까맣게 타는 데는 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